야구
[IS 피플] 벼랑 끝에 섰던 김동엽, "팀에 정말 보탬이 되고 싶다"
벼랑 끝에 서 있던 김동엽(삼성)이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다.김동엽은 지난해 겨울 큰 변화를 겪었다. 삼각 트레이드에 포함돼 SK를 떠나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거포 갈증에 겪던 라이온즈가 원한 카드였다. 삼성은 지난해 팀 홈런이 리그 9위에 머물렀고 김동엽은 2년 연속 22홈런 이상을 때려냈다.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와 함께 클린업 트리오를 책임질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다.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일본 전지훈련 내내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시범경기에서도 타율 0.316(19타수 6안타)로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개막 후 스텝이 꼬였다. 4월 19일까지 출전한 20경기에서 타율 0.121을 기록했다. 기대를 모았던 홈런은 물론이고 2루타와 3루타도 단 하나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4월 20일 2군행을 통보받았다. 조정을 거쳐 5월 1일 1군에 재등록됐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5일 만에 또 한 번 2군으로 내려갔다.김동엽은 "그렇게 맞지 않는 건 (야구를 시작하고) 처음이었다. 솔직히 뭐를 해야 할지 몰랐다. 2군에 내려가서 김종훈 코치(퓨처스 타격)와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타격 폼을 신경 쓰지 말고 자신 있게 돌리라고 주문하셨다"고 돌아봤다. 두 번째 2군으로 내려간 뒤에는 치료(목 디스크)와 컨디션 조절을 병행했다. 특히 시즌 초반 통증을 안고 뛰었던 목 쪽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한동안 2군 경기를 뛰지 않은 것도 이 이유다.6월 21일 롯데와의 2군 경기가 중요했다. 김동엽은 그날 3번 지명타자로 나와 3회 윤성빈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개막 이후 1,2군을 통틀어 처음 손맛을 느꼈다. 그는 "2군에서 홈런을 쳤을 때 풀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한수 감독은 25일 김동엽을 1군에 다시 올렸다. 두 번째 2군행을 통보받은 뒤 50일 만이었다. 일부 팬들은 '2군에서도 2할 초반 타율을 기록 중인 선수를 올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밀어붙였다. 절치부심한 김동엽은 27일 포항 두산전에서 시즌 홈런을 터트렸다. 이어 이튿날 대구 SK전에서는 홈런 포함 멀티히트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점점 팀에서 원했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는 "조금씩 공이 잘 보인다. 타이밍도 잘 맞고 있는 것 같다"며 "지난해 홈런을 많이 쳤을 때 했던 타격 폼으로 하고 있다. 왼발이 포수 쪽으로 들어가는 자세다. 2군에서 크게 바꾸지 않았다. 미세하게 조정했다"고 말했다.아직 궤도에 올랐다고 보긴 힘들다. 꾸준함이 좀 더 필요하다. 삼각 트레이드로 팀을 옮겼던 이지영(키움) 고종욱(SK)의 시즌 기록은 격차가 꽤 벌어져 있다. 김동엽도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두 번째 2군에 내려갔다 올라왔을 때 '이제 시즌 시작이다'라는 생각으로 돌아왔다. 그 마음가짐으로 시즌을 끝까지 치르겠다. 남들보다 시즌을 늦게 시작했다"며 "너무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 뭘 해도 안 됐다. 이젠 정말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tbc.co.kr
2019.07.02 13:55